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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웨일 - 용서와 자기 수용의 서사 대런 아로노프스키(Darren Aronofsky) 감독의《더 웨일(The Whale)》은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 ― 죄책감, 상실, 회피, 그리고 용서 ― 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는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가두어 버린 한 남자가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자신을 용서하는 여정을 그린다. 화려한 장면이나 극적인 사건 대신, 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대사와 감정의 충돌만으로 압도적인 여운을 남긴다. 브렌던 프레이저(Brendan Fraser)의 연기는 상처받은 인간의 취약함을 담담하면서도 찬란하게 담아내며, 영화의 주제인 ‘자기 수용(self-acceptance)’을 완벽하게 체현한다. 1. 줄거리주인공 찰리(브렌던 프레이저)는 극심한 비만으로 집 밖을 나서지 못하는 온라인 영문학 강사다. 그.. 2025. 11. 15.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 – 잔혹함의 일상, 인간의 무감각을 응시하다 조너선 글레이저(Jonathan Glazer) 감독의《존 오브 인트레스트(The Zone of Interest, 2023)》는 전쟁 영화도, 스릴러도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잔혹함이 얼마나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평범하게 작동할 수 있는가를 차갑게 보여주는 실험적 작품이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아우슈비츠 수용소 담벼락 너머의 한 가정집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악명 높은 수용소의 사령관 루돌프 회스(Rudolf Höss)와 그의 가족이다. 이들은 고문과 학살의 현장 바로 옆에서 정원 가꾸기, 수영, 식사 같은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나 그들의 평온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인류의 비극을 더 명확히 비춘다. 글레이저는 공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보이지 않는 잔혹함이 얼마나 더 섬뜩한가를 .. 2025. 11. 13.
영화 나폴레옹 - 권력과 고독, 황제의 내면사 2023년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의《나폴레옹(Napoleon)》은 단순한 전쟁 대서사시가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권력의 정점에 오르며 동시에 고독의 심연으로 추락하는 내면의 기록이다. 스콧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는 실존 인물을 전쟁 영웅이나 역사적 상징으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그는 ‘황제’라는 껍질 속에 숨어 있던 인간의 불안, 집착, 사랑, 그리고 공허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영화는 장대한 전투 장면 속에서도 인간의 욕망과 고독이라는 본질적 질문을 놓치지 않는다. 1. 제국의 탄생 – 야망이 만든 신화, 인간이 만든 균열《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의 혼란 속에서 이름 없는 젊은 장교로 등장한 나폴레옹이, 권력의 정점으로 향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영화의 초반부, 그는 자신.. 2025. 11. 12.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 애니메이션이 그려낸 멀티버스의 철학 2023년 개봉한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는 단순한 히어로 영화의 틀을 넘어선, 예술적 실험과 철학적 사유가 결합된 현대적 애니메이션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전작 《Into the Spider-Verse》가 슈퍼히어로의 다양성과 정체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작품은 그 세계를 한층 확장시켜 “운명과 자유의지, 그리고 개인의 선택”이라는 깊은 주제를 탐구한다.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빌려 철학적 담론을 펼쳐낸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시도를 보여준다. 1. 서사 속 다중세계 – 운명과 선택의 교차로에서영화의 중심에는 다시 한번 마일스 모랄레스(Miles Morales)가 있다. 그는 여전히 자.. 2025. 11. 11.
추락의 해부 – 진실과 거짓, 인간 내면의 심리를 해부하다 202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추락의 해부(Anatomy of a Fall)》은 단순한 법정 스릴러가 아니다. 프랑스 감독 쥐스틴 트리에(Justine Triet)는 한 남편의 추락사라는 사건을 통해 인간의 진실과 거짓, 관계의 해체와 자아의 균열을 차가운 시선으로 해부한다. 영화는 ‘무엇이 진실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결국 그 답을 법정이 아닌 인간의 내면 속에서 찾으려 한다. 스릴러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부부 관계와 인간 심리의 복잡한 층위를 탐구하는 심리극에 가깝다. 1. 서두의 충돌 – 한순간의 추락, 그리고 시작된 의심영화는 프랑스 알프스의 외딴 산장에서 시작된다. 작가 산드라(산드라 휠러)는 남편 사무엘과 시각장애인 아들 다니엘과 함께 살아간다. 어느 날, 다니엘.. 2025. 11. 10.
바튼 아카데미 – 고독한 사람들의 따뜻한 겨울 이야기 2023년 알렉산더 페인(Alexander Payne) 감독의《더 홀드오버스(The Holdovers)》는 화려한 사건이나 자극적인 전개 대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정교하게 그려낸 휴먼 드라마다.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학교에 남게 된 세 인물이 함께 보내는 짧은 시간 속에서, 상처받은 영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외로움과 세대 차이, 후회와 용서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영화는 결코 무겁지 않다. 오히려 겨울 햇살처럼 은은하게 마음속을 데워주는 따뜻한 이야기다. 1. 줄거리에 대한 요약 – 홀로 남은 세 사람의 특별한 겨울1970년대의 보스턴. 명문 사립학교 ‘바튼 아카데미’는 겨울 방학을 맞아 대부분의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지만, 사정이 있어 떠나지 못한 몇 명의.. 2025. 11. 9.